칸사이 여행 간 이야기 memories

예전부터 간다간다 하기를 십수년 미루다가 요즘 정신적으로 너무 몰려있어서 연차를 쓰고 주말에 일본에 갔다왔다.
특별한 목적이 없는 그저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한 여행이었기에 환전은 조금만 하고 나홀로 국외 탈출이라는 개인적으로 조금 허들이 높았던 시도.
아무리 무계획 여행이라도 준비는 해야했기에 빼먹은거 없나 몇 번이나 체크를 했는데 뭐 이 과정은 나름대로 즐거웠던 시간이었는 듯.

아침 8시 비행기라 5시에 기상해서 공항에 정해진 루트로 갔는데 놀라울 정도로 사람이 없어서 출국수속은 10분만에 끝.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미리 가져온 먹거리로 간단하게 밥먹고 남은 시간동안 밀린 게임을 좀 처리하다가 탑승.


내 마음의 고향
작열의 공항에 도착 (날씨적인 의미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코스프레 차림을 한 아가씨들이 찌라시를 배포하고 있었는데 뭔가 싶어서 다가가보니 내일 덴덴타운에서 스트리트 페스타를 개최한다는 모양. 일단 체크.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 뒤에 라피트 급행 열차를 타고 난바행으로 간다는 사전 조사는 했었지만 막상 가보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 것이었다...
10분쯤 어리버리하다가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빠르다고 생각해서 게임으로 배운 야매 일본어로 안내원에게 물어보고 찾아갔는데 안내원이 말은 알아들은 모양이라서 다행.
이제 승차권 하나를 샀을 뿐인데 동전의 압박이 장난 아니다. 여행 전 동전을 먼저 쓰라는 조언을 다시 되뇌이며 지나치는 열차 구경을 하며 목적지로
니폰바시 카니도라쿠. 지상으로 나오자 역시 이 거리는 관광객이 많은지 모국어도 심심찮게 들리고 다양한 인종들이 모이는 듯.
역시 낯선 거리이고 구간마다 사거리라 지도보고 찾아갔는데도 상당히 헤매다가 숙소를 찾아서 짐을 던지고 제 1목적지인 덴덴타운으로 고고
처음으로 들어간 곳은 남코. 3층에 러브라이브 리듬게임이 가동중이라 뒤에서 구경 좀 하다가
크레인 기기만으로 늘어서 있는 층으로 가보니 압권이었다. 여기 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가 이런 샵들이니 보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지스토어에 카오스 차일드 전이 있었는데 여기저기 둘러보느라 가보진 못했다
지스토어(코스파)엔 상당히 좋은 캐릭터 굿즈가 즐비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비싸서 카오스 차일드 옷케이 가방만 사고 퇴각
소프맙은 1층부터 6층까지 둘러봤는데 역시 본토라 그런지 레트로 게임부터 기종별로 구비해놓은 게 장관. 10년 전쯤에 왔으면 게임 쓸어 갔을거 같은데
지금은 그런 열정도 없어서 그냥 나가려다가, 니세코이 & 나나이로 리인카네이션 비타판을 발견하고 구입. 전자는 프리미엄 붙은 상품이라 나름 득했다고 생각.
6층은 에로게 코너였는데 손님이 원래 이렇게 없는지 업계 자체가 어려워서 그런지 게임 가격들이 거의 다 반토막이었다.
레트로 게임 전문샵 앞에 묶여있는 뱀병장
슈타인즈 게이트 누계 100만 돌파 기념으로 닥터 페이퍼 100엔. 먹진 않았지만(...)
그대신 타코야키를 먹는다.
장시간 걷다 지쳐 앉아 쉴 곳을 물색하던 중 메이드 카페를 발견하고 용기를 내서 들어가봤다.
호오 여기가 말로만...아니 게임으로만 본 리얼 메이드 공간. 기본적으로 식사는 비싸고 맛이 없을거 같은 이미지였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인파가 붐비지 않는 토요일에 가서 그런지 클래식 음악 위주로 흘러나와서 편하게 쉬었고 메이드의 제안에 따라 조금 부끄러운 사진도 찍음.

첫날에는 덴덴 주변을 탐방하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이후로도 오덕샵들을 전전하며 둘러보고 점 찍어둔 밥집에서 먹는 걸 반복하다보니까 어느새 해가 떨어져서
술 먹으러 도톤보리로 이동. 정신없이 먹느라 다른 음식 사진을 못 찍은건지 소실된건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도톤보리에서 의무적으로(?) 찍어야한다는 글리코 한 방. 이 뒤에도 마구 쳐묵했는데 이상하게 폭식하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분위기 때문인가 배터지게 먹고 숙소로 귀가.
숙소는 원래 신이마미야 쪽으로 할려다가 그쪽은 노숙자, 야쿠자 등 치안이 매우 안좋다고 해서 급하게 변경하다보니 게스트 하우스 정도밖에 없어서 그냥 도톤보리 근방으로 갔다.
저녁이라 한국인 그룹 3명에 껴서 이야기를 해보니 두 명은 회사 때려치고 여행왔다고 하고 이번에 일본에 처음 온 여행자 한 명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왔다고 한다.
여행 계기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면서 뉴비 여행자는 시내 위주로 돌면서 명동 도는 것과 별 다를거 없었다는 것과 숙소가 실망이었다는 불만을 털어놓는데
첫 여행이라면 여기는 혹독할 것이란걸 나는 알고 왔지만 숙소를 옮길지 말지로 이야기하다 각자 잠자리로.

2일차의 아침이 밝아 6시쯤 일어났는데 어제 같이 늦게까지 술마시며 대화한 여행자 3명이 매우 피곤한 얼굴로 나온다.
이유를 들어보니 밤에 체크인한 드렁큰 중국인 한 명의 집이 떠나갈듯한 코고는 소리 덕분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것이다.
듣고보니 그 중국인 아직 자는 중이라 코고는 소리가 장난 아닌데 난 잘잔거 보니 의외로 적응력이 좋은 건지도.

암튼 이 3명은 더는 못참겠던 모양인지 점심에 잠시 숙소로 돌아왔을 때는 사이좋게 체크아웃 한 상태여서 어제 이야기하던 다른 숙소로 옮겼겠거니 하고 난 다음 행선지로 발을 옮긴다.

아침으로 돌아와서 오사카 성을 간단히 둘러보고 첫날 받은 스트리트 페스타를 떠올려 잠깐 보고 가기로.
거리 어디를 걸어도 자판기 자판기.
음..조금만 보고 나갈 생각이었는데 인파가 엄청났던 덕분에 사람에 떠밀려 원하는 방향으로 나갈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그냥 사람 밀려가는대로 있다가 이벤트 종료되어
사람 빠질 때까지 못나갔다.(...) 하지만 상당히 재밌는 코스플레이가 많아 즐거웠던 점.
다음 행선지는 통천각. 이날은 지하철을 많이 탈거 같아 엔조이 에코 패스를 구입했다.
입장하기 전 주변을 둘러보던 중 게임센터가 있어서 들어갔는데 게임마다 코멘트를 붙여놓은 게 압권. 특히 세일러문에 「부탁이니까 팬티 보지마!」라고 써있어서 웃음
다음은 우메다 스카이빌딩의 야경 보러. 전부 커플이라 혼자 야경 보러 온 특수한 야로는 나밖에 없지 않았을까...그런데 여기서 보는 야경은 정말 멋졌다.
돌아가는 길에 한신 백화점 식품 코너에 들렀는데 스케일에 입이 딱 벌어진다. 활기에 찬 모습을 보고 힘을 얻어 호라이 만두 먹고 귀가.
마지막 날은 나라 사슴 공원으로
사루사와이케. 친근감 있는
전투 사슴이 나타났다!
센베이 파는 곳엔 얼씬도 안하면서(가까이 오면 아줌마에게 몽둥이로 얻어 맞으니 학습한 듯) 여행객이 사자마자 달려드는 걸 보고 웃었다. 얘들이 이 동네 깡패구나.
최종 포식자 닭둘기
가끔은 여행객의 짐도 노린다
동대사 대불전에도 방문. 구멍이 뚫린 기둥으로 통과하면 1년치 액땜을 한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어서 보기만.
사슴이 먹는다는 이유로 높게 달아놨다는 걸 보고 피식
전투 사슴들의 휴식. 센베이도 먹기 귀찮은지 땅에 버려져있고

촬영하는 도중에 가족 일행이 난입해서 유튜브 덧글에는 기혼자로 오해받고 있는 중. 코멘트 분위기가 좀 카오스하다.

그리고 전리품을 가지고 집으로. 사실 처음치고는 제법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지만 한국에 도착했을 때 비가 와서 공항에서 바로 택시를 타고 지하철 역까지 가는데
재수없게도 택시 기사가 꼰대라 동료 기사한테 나한테 들으라는 목소리로 니가 xx역으로 갈래? 라고 말해서 황당. 거기까지 가기 싫으면 애초에 태우지를 말지...
버스 타고 2정거장만 가도 될 거리일 정도로 가까운데 도대체 뭐하는 인간인가 싶었다. 게다가 내릴 때도 계산하는데 짐부터 내리지? 라고 해서 빡쳤는데
(아니 씨바 내 짐인데 설마 너한테 내리라고 할까봐?) 몸도 피곤해서 말도 하기 귀찮아서 돈만 던져주고 나옴.

처음은 아쉬움만 남는 여행이라지만 내 경우엔 마지막만 빼면 다 좋았다.
다음에 간사이에 다시 온다면 못 가본 USJ나 교토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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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에 늘 방문해주시는 분들께는 감사. 사실 한 달간 포스팅이 하나도 없었던건 집 회사의 반복이라 뭔가 할 건덕지가 없었다...
이러다간 숨 막혀 죽을거 같아서 일본 여행을 3일간 계획했는데 덕분에 리프레쉬는 제대로 한 듯. 이건 다음 포스팅에서 써보기로 하고

결산은 이미 한거 같지만 이글루스 공식적으로 지원하니 다시 한 번.
결과를 보니 이건 뭐 망게임 선별하는 블로그도 아니고...하지만 작년 게임은 너무 심했었다.
다행히 올해는 초부터 괜찮은 게임이 줄지어 나와서 다행인데 내 생활 덕분에 이제 게임에 대한 흥미가 제로에 수렴한다는 게 슬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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